외국인 근로자의 좋은 친구가 되겠습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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작성자 상담 작성일10-10-28 17:42 조회2,735회 댓글0건본문
오늘 임금체불 문제로 도움을 청하기 위해 방문한 한 스리랑카 근로자의 상담일지를 작성하던 중
우연히, 그 근로자의 지갑 속에 있던 제 명함을 보게 되었습니다.
그 꼬깃꼬깃해지고 지저분해진 제 명함에는 이렇게 씌어 있었습니다.
"외국인 근로자의 좋은 친구가 되겠습니다"
명함 속의 제 이름 위에 선명하게 새겨진 그 글자가 오늘따라 왜 이렇게 제 눈에 크게 보였는지...
요즘 들어 각종 사건 사고로 통역 출장이 빈번해지고 내방 및 전화 상담이 급증하다 보니,
저도 모르게 지치고 짜증이 났는지,
우리 센터에 방문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다소 딱딱하게 업무적으로 대하곤 했습니다.
해야 할 전화가 수십통이고, 또 작성해야 할 문서나 보고서도 많은데
아침부터 센터에 와서 도움을 바라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보면
도저히 따스한 미소가 깃든 친절한 인사가 나오질 않더군요.
게다가 답변을 해 주어도 똑같은 질문을 또 하고
좀 기다리면 될 것을 자꾸 전화해서 이것 저것 물어보는 근로자들에게 짜증을 내기도 했습니다.
최근 들어 외국인 근로자들을 대하는 자세가 그렇게 변해가는 제 자신을 못 느끼고 있었는데...
그 스리랑카 근로자의 낡은 지갑 속에 있던 제 명함에 새겨진 그 문장을 보는 순간
누군가에게 뒤통수를 한 대 얻어 맞은 기분이 들었습니다.
순간 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.
제 자신이 부끄러웠던 이유는, 외국인 근로자들의 친구가 아니라,
그저 행정적이고 사무적인 모습으로 그들을 대하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
마음을 털어 놓고 기댈 곳이라곤 여기 밖에 없어서
멀리서 찾아 온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바쁘다는 핑계로
그동안 너무 사무적으로만 대한 것은 아닌지...
혹시라도 짜증을 내서 외국인 친구들이 상처를 받지는 않았는지...
그 스리랑카 근로자가 떠난 뒤에도 일이 손에 안 잡혀,
하던 일을 멈추고 한참동안 멍하니 있었습니다.
나란 인간이 이 정도밖에 안 된단 말인가... 하는 회의가 밀려 오더군요...
....
그렇습니다. 아무리 바쁘고 짜증이 나도
외국인 친구들을 사무적으로 딱딱하게 대하지는 말아야 겠습니다.
나는 어디까지나 그들의 친구로서 이 자리에 있다는 사실...
그 사실을 잊지 말아야 겠습니다.
"친구"라고 하는 존재는 언제 만나도 마음이 편하고 기댈 수 있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거...
외국인 친구들에게 그런 친구가 될 수 있도록 좀 더 내공을 길러야 겠습니다.
그런데 참 힘든 거 같습니다.
바쁜 가운데에서도 본질을 잃지 않는다는 것...
많은 업무 속에서도 센터 본래의 목적을 생각한다는 것...
수많은 사람을 만나는 가운데 한 사람의 호소를 진심으로 경청하는 것...
"외국인 근로자의 좋은 친구가 되겠습니다"
참 정겨우면서도 가슴을 아프게 찌르는 문장입니다...
갑자기 춥네요.
오늘은 집에 일찍 들어가서 쉬고 싶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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